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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8.11.17 13:50
Filed Under 법률 이야기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이 무려 13년만에 확정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혐의는 구 노동쟁의조정법의 `제3자 개입 금지' 조항 위반 등 혐의이다. 11월 17일 대법원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권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3년만에 확정된 판결 ...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노동자를 도와주는 것은 법률위반이다 ?

기소된 혐의의 사건은 권영길 의원이 1994∼1995년 민주노총 준비위원회(민노준) 위원장 신분으로 불법 집회를 주도하고, 1995년 11월12일 근로자와 학생 등 1만여명과 서울 연세대 정문에서 여의도 광장까지 행진하면서 모든 차로를 점거해 일반교통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1995년 12월 기소된 것으로 시작된다. 기소의 근거가 되었던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는 직접 근로관계를 맺은 근로자나 노조, 사용자 등을 제외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당시 노동법중 최고의 악법조항중 하나였던 바로 "제3자개입 금지의 조항"이다.
이조항은 1995년 3월 노동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유로 해당법률에서 삭제되었다. 아울러 1996년 12월에는 법률자체가 완전히 폐지되었다.
1995년 12월 권영길 의원이 기소될 때에도 법률은 존속하고 있었으나 처벌 근거가 되었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이미 삭제된 이 후 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찰에서 권영길의원을 기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삭제되지 않았던 부칙 때문이었다.
구 노동쟁의조정법 부칙 10조에 의하면 위법행위자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권영길의원을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이 부칙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이 법안 심사를 거부하였고 결국 부칙은 남겨진 채로 권영길의원이 기소되었던 것이다.
2005년 12월에도 권영길의원의 재판에 대한 국회차원의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노당 민주당 등과 연정 아닌 연정을 하고 있는 셈인 여당(열린우리당)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권 대표의 처지를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이날 “권영길 의원의 2심 항소심 선고공판이 22일이다”라며 “1994년 6월 지하철 노조 파업 때 제3자 개입위반으로 기소됐다”고 소개했다.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개월을 구형받은 권 대표는 금고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3자개입 금지 조항은 3월에 삭제됐다. 그런데도 부칙 10조에 위법행위자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칙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이 법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 법사위 심의에 임해주기 바란다.국회가 부칙 삭제를 완료하지 못하더라도,시대의 악법으로 본 내용은 없어져야 한다. 또 권 의원은 국민의 검증을 받은 국회의원이다. 사법부도 감안해주기 바란다.” - 2005년12월 국회발언 중 -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정책조정위원장도 시대의 악법이라고 했던 "제3자개입금지조항"은 과연 어떤 조항이었을까?


노동쟁의조정법(1986. 12. 31. 법률 제3926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의2는 직접 노동관계를 맺고있는 노동조합 또는 사용자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쟁의행위에 관하여 관계당사자를 조종·선동·방해하거나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동법 제45조의2는 이를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쉽게말해 노동쟁의에 있어서는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만이 권한 행사가 가능하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개입을 하지 말라는 조항이었다. 물론 이 조항이 정당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변호사등의 개입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당시 경제적,사회적약자의 위치에 있던 노동자들에게 전무가 또는 동료들의 연대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대표적 악법조항으로 비판되어 왔던 조항인 것이다.
어찌보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가장 잘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인 동조와 연대라는 무기를 이 조항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이 조항은 2005년 3월에 해당 법률에서 삭제 되었던 것이다.

10년 전으로의 회귀하는 사법부?

재판 진행과정에서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1천500만원으로 감형했다. 권 의원은 애초 노동쟁의조정법과 기부금품모집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기부금품모집법 위반죄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아내는 동안 재판이 정지돼 2000년 4월에서야 징역 3년이 구형됐고 다음해 1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또 사문화된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을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권 의원이 2002년 대선과 올해 총선 등 정치 일정을 이유로 수차례 기일변경을 신청하는 등 재판이 더디게 진행돼 항소심 재판부는 2006년 1월에야 선고를 했다. 
이 항소심을 권영길 의원측에서 대법원에 상고 하였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하고 권영길 의원측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권영길 의원측의 사정으로 재판이 연기된 측면도 없지 않으나 대법원의 최종심이 지난 정부 시절이 아닌 새 정부 출범이후에
그것도 진보진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으로 판결되었다는 점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법원의 이런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취임 후 검찰과 경찰이 보다 강경한 보수 쪽으로 선회 하였고 여기에 사법부 마저 보수화된 판결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 인 것이다.며칠전 종부세 일부 위헌의 판결에서도 보수화된 사법부의 태도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법리상으로는 위헌 결정이 난 세대별 합산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더라도 사회적 평등의 실현 및 통합의 측면에서는 이를 위헌으로 판결해 종부세 법안 자체를 무력화 시킬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한 판결은 야당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강도나 판결보다
그 강도가 덜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물론 이번 권영길 의원의 판결로 권영길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국회의원은 선거관련법 위반으로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다른 법률에 의한 위반으로는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야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재판도 사람의 일이고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재판의 결과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어쩔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 아닌 정권의 교체에 따라 달라진다면 우리나라의 법적 안정성이 무너짐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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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방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