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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9.10.13 10:12
Filed Under TV 이야기

드라마 선덕여왕이 덕만공주의 왕위계승 선언을 기점으로 그 동안의 아마츄어적 대결 구도가 드디어 왕위를 두고 벌이는 본격적인 정치 대결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부터는 작은 사건(에피소드)에 대한 대결이 아닌 정말로 생사를 걸고 결과로 달리는 싸움이 되겠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실이 덕만공주의 여자도 왕이 될 수 있다는 발언과 김춘추의 골품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장면 이었지요.그리고 나오는 미실의 한마디....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인가?"


덕만공주와 김춘추의 말에 미실은 아마도 심각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쉽게 애기하자면 세대차이를 절실하게 느낀 것입니다.수십년간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면서도 자신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 놓는 두 사람을 보면서 미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미실을 충격에 빠지게 한 이 두가지는 과연 그 당시 신라, 미실에게 어느정도의 절대적 진리였을까요?

남자만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장자상속이라는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어찌보면 원시사회의 모계 중심 사회에서 부계중심 사회로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문화일 것입니다.
권력의 핵심에 늘 남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의 이야기는 묻혀지고 전해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뜻하는 영어 History의 어원이 History = His + Story 역사는 그 남자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습니다.미실도 이러한 가치관에 철저히 길들여져 그 많은 능력과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감히 왕이 되고자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늘 발전하는 법.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웃 일본에서 이미 여왕이 왕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보아 당시 진평왕이 선덕여왕에게 왕위를 물려 줄 때 이웃나라인 일본에서의 이런 전례를 들어 귀족들의 반대를 물리쳤음 직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593년 당시 외척이었던 소가노 우마코가 당시의 일왕을 암살하고 자신의 딸인 스이코를 일본왕으로 추대합니다.하지만 모든 권력은 쇼토쿠대자가 섭정을 하게되고 스이코 왕은 꼭두각시 노릇만을 하게 됩니다.꼭두각시 왕일 지라도 이웃 일본에 여자가 왕이 되었다는 소식은 당시 교류가 많았던 신라에서도 알게 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미실을 구속한 또하나의 진리 바로 신라의 골품제는 신라시대 혈통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분을 구분한 제도이며 왕족을 대상으로 한 골제(骨制)와 귀족과 일반백성을 두품제(頭品制)로 구분하였습니다.
하지만
신라의 이런 골품제는 다른 시대의 신분제도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고려나 조선에서의 신분제는 왕으로 부터 최하위 백성까지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 유지 제도였으나 신라의 골품제는 주로 관직의 진출이나 지배층의 역활 분담쪽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즉 지배자들을 규율하는 원칙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골품제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온 김춘추의 주장에 - 그렇다고 김춘추가 골품제의 전면 폐지를 애기한 것은 아닙니다.단지 성골이 아닌 진골도 왕이 될 수 있다라는 것만 주장한 것입니다.- 미실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시대 즉 신세대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하나의 구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신시대가 오는 과도기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문화적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그 구시대를 이끌어 가던 리더들은 더더욱 그런 괴리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이 일순간 무너지는 상황이 오게되고 그 동안 진리라고 믿었던 모든 가치관들이 모두 쓰레기처럼 변해 버리는 상황에서 당혹해 하며 어쩔 줄을 모르게 되지요.

"내가 믿는 이 낡은 가치관을 붙잡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할 것인가?"

지난 이야기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절에도 이런 세대차이의 현상이 있었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과 심지어 민주당까지 합세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을 때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20세기의 마지막이 21세기 시작의 발목을 잡는 듯한 느낌...
그들에게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탈 권위주의의 대통령이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입니다.그래서 어떻게든 이전의 가치관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고 싶었을 것입니다.하지만 이미 시대적 변화를 알고 이를 원하던 국민들의 심판은 냉혹했습니다.국민들은 그런 생각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역사는 승자만을 기록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결국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이끌거나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한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것이고 역사의 기록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미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속에서 사라졌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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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방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