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10.26 11:58
Filed Under TV 이야기

TV라는 것이 한번 보고 좋았던 프로그램은 계속 보게 되나 봅니다.
일전에 부산 산복도록에 대해 3일동안 취재한 <다큐멘터리 3일>에 대해서 좋은 느낌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주에도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챙겨 본것은 아닌데 요즘 토,일 주말 드라마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여기 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아 ~~" 하는 생각에 보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3일>은 이번 주도 <길> 시리즈 였습니다.
이번엔 지리산의 <둘레길>이 시작되는 지리산 매동마을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둘레길>은 제주도의 <올레길>과 비슷한 지리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다시 복원한 도보 여행길입니다.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 중 현재 70km가 이어진 상태입니다.

이 길의 시작은 바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매동마을>에서 시작합니다.
(현재 매동마을의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되었나 봅니다.트래픽 초과로 열리지 않네요.역시 방송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매동마을 홈페이지 ==> www.maedong.org )

2008년 4월 지리산 둘레길이 열리면서 그 시작점인 매동마을의 모습도 많이 달라 졌습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만 농사일을 하던 마을에서 이제는 주말마다 둘레길 탐방을 위해 몰려드는 외지인들로 마을이 북적북적 합니다.
매동마을에서는 둘레길 탐방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민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마을 이장님이 주축이 되어 민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예약을 받아 순서대로 마을 주민들의 집을 배정하고 있습니다.민박에 이용 될 집들은 탐방객들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여러가지 편의시설등의 집수리를 하였습니다.

                              < 지리산 둘레길의 시작점인 매동마을 >

처음에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보고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하는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내용은 길에 대한 애기가 아닌 그 길의 시작점에 살고 있는 매동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였습니다.이마을은 마을 인구의 1/10 이 귀농 가구 입니다.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와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귀농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나이드신 어르신 들입니다.
이 어르신 들에게 주말마다 찾아오는 방문객들과의 만남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 전체에서 하는 민박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정성껏 마련한 잠자리와 시골에서 많이 나는 것들로 꾸며진 식사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치 시골 고향집에 다니러온 자식들 같은 마음을 얻어갑니다.
민박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에게 밤새 삶아 놓았던 밤을 비닐 주머니에 담아 주시는 허리가 굽은 할머님.
민박 비용을 받으시고 그 자리에서 같이 온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신다면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아이들 손에 쥐어주시는 할아버지.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 미시면서 떠나가는 손님들을 웃는 얼굴로 계속 쳐다보시는 할머니.

                                < 담장 너머로 떠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시는 할머님 >

어렸을 적 , 부모님과 함께 찾아뵙던 할머니는 헤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치마 속 주머니에 손을 넣으셔서 천원짜리 종이돈을 꺼내어 제손에 꼭 쥐어 주셨습니다.그것을 쌈짓돈이라고 한다는 것은 나중에 조금더 나이가 들어서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쌈지에서는 사탕,과자 그리고 돈까지 손주들을 위해 아껴 두셨던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민박 비용을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어릴 적 그 쌈짓돈을 떠올렸습니다.지리산 둘레길을 탐방하는 많은 사람들도 그 길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어릴 적 느꼈던 할머니,할아버지에 대한 정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쌈짓돈을 이제는 다시 받아 볼 수도 없고 그 고마움에 대해 아무것도 보답해 드릴 수 없게 된 지금의 저는 담 넘어 계속 바라보시던 TV 화면속의 할머님의 얼굴이 너무 정겨웠습니다.
다른 분들이라도 너무 늦기 전에 할머니,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on 2009.10.19 10:38
Filed Under TV 이야기

최근 부산이라는 도시가 각종 언론매체에 많이 보입니다.
정수근 사건 부터 최근 프로농구 KCC의 허재 감독 음주 폭행사건 까지...안좋은 일 부터 시작해서
관객 천만명을 넘은 해운대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부산영화제와 같은 좋은 소식들 까지..
어찌보면 연일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인구 삼백팔십만의 제2의 도시 이다 보니 여러 사건 사고와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TV에서 이런 부산에 대한 생각을, 아니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진지하게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바로 토요일 오후 9시40분에 KBS 1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3일>입니다.<다큐멘터리 3일>은 그동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나 이슈가 되었던 일들,장소 등의 3일간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공간과 사람을 통해 세상을 알리고자 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상 중 3일간을 취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촛불집회와 월드컵 응원전 등을 보여준 바로 그 프로그램 입니다.

이번주 <다큐멘터리 3일>의 주제는 바로 부산. 그 부산에서  길이 곧 인생이 되는 도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부산항을 바라보고 있는 산등성이를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 부산시의 78개동을 거쳐 6개의 산복도로가 매일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있습니다.

산복도로는 산의 중턱을 구비구비 돌아 가는 도로를 말합니다.
부산에서는 6.25 피난민들이 산 기슭에 집단 정착지로 거주지를 만들면서 이 거주지를 관통하는 도로가 생겨 났습니다. 사람들은 이 도로를 통해 바로 아래에 있는 부산 항만에서 부두일을 하러 가기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화면에 보여지는 산복도로의 모습은 한마디로 사람과 건물,집이 한데 얽혀 있는 거대한 거미줄 또는 미로를 연상하게 했습니다.다닥다닥 붙은 집들이며 그 집들 사이의 골목길..그리고 그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이나 햇빛을 쬐는 어르신 들의 모습.약간은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 속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6.25때 이북에서 피난와서 거제도 수용소에서 살다가 부산에 정착하게 된 한 노인은 당시 김치한조각,죽 한 그릇도 같이 나누어 먹고자 했던 거제도 사람들에게 눈시울을 붉혀 가면서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미국으로 로스쿨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은 자신의 가난한 처지에 대한 불만을 묻는 PD의 질문에 담담하게 자신의 사정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호떡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키워낸 노부부는 자신들의 집이 누추하다고 연신 말하면서도 그 집에서 함께 말년을 보내는 지금 모습에 행복해 하고 있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부산 시내와 부산항의 야경을 버릴 수 없어 이사를 가지 못한다는 할머님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땀 흘려 힘들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에게 산복도로는 때로는 희망으로 가는 길을 때로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의 휴식을 주는 골목길 계단으로 그 자리에 40년을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늘 우리의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웃들과 함께 걸었던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의 부모님,우리의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그렇게 이어져 오늘날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부산항이 내려다 보이는 산복도로에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을 보게 된 것은 토요일 오후에 저에게 찾아온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About

by 붉은방패